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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발생한 대규모 압사사고 당시 사망자 다수가 '복부팽창' 소견을 보였다는 진술이 이어지며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날 참사 현장에 투입돼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했던 의사 A씨느 30일 YTN ‘뉴스출발’과 인터뷰에서 “(전날 오후) 11시 5분경 한 골목에서 갑자기 소방대원 분들이 여성 환자 두 분을 길바닥에 데리고 오더라. 무슨 일인지 가서 보니 CPR을 하고 있었다"며 "5분 정도 지나니까 2명이 추가로 눕혀졌고, 환자가 점점 많아져서 의료진으로서 현장에 바로 투입됐다”고 밝혔다. 이후 환자 숫자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나면서 주변 시민들까지 동원해 환자 한 명당 2~3명 정도 돌아가면서 CPR을 실시했다는 것.
A씨를 포함해 현장에 있었던 목격자들의 진술에 따르면 환자들은 공통적으로 코피가 나고 입 안에 피가 있거나 배가 불러있는 증상을 보였다. A씨는 “환자들이 공통적으로 얼굴에 코피 같은 출혈이 있어서 기도 확장을 한 다음 구강 안에 있는 피도 뺐다”며 “CPR을 하면서도 (환자) 복부가 점점 팽창하는 걸 느꼈다”고 전했다. 당시 관찰한 소견만으로 복부에 가스가 찬 건지, 내부 출혈이 생긴 건지는 정확히 확인할 수 없다는 게 A씨의 입장이다. 그는 다만 "제가 돌봤던 환자 5~6명 정도가 모두 복부팽창 증상을 보였고, 이미 사망한 이들도 복부팽창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언급했다.
◇ 대규모 인명피해 원인은...외부 압력에 의한 ‘질식사’ 탓으로 추정
압사는 그야말로 압력에 의해 죽는 것을 의미한다. 자연재해나 폭발사고, 교통사고, 산업재해 등 각종 사고로 건물이나 지형지물이 붕괴됐을 때 각종 잔해나 떠밀려온 무거운 물건 등에 깔려 사망하게 된다.
이번 참사와 같이 수많은 인파가 한꺼번에 모여들어 사람들에 의해 밟히거나 인파 사이, 장애물 등에 끼여 눌려 죽는 사고도 종종 벌어진다. 인파가 몰린 상황이 아니더라도 초고도비만인 사람의 몸에 눌려 죽을 수도 있다. 체구가 작은 영유아는 정상 체중 혹은 저제충의 성인의 몸에 눌려 압사하는 사고도 벌어진다.
압력에 의해 사망하는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숨을 쉬지 못해 질식하기 때문이다. 의학적으로는 '외상성 질식사'라고도 불린다. 보통 몸이 말 그대로 짓눌려 죽는 직접적인 압사보다는 깔린 상태에서 압력에 의해 압박 혹은 늑골 골절 등이 발생하고, 그로 인해 가슴이 눌려 숨을 못 쉬게 되어 경우가 더 많다. 이런 경우 심정지 상태에서 흔히 골든타임으로 알려진 3~4분 이내 CPR이 시급하다. 골든타임을 놓치면 뇌사 혹은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이날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한 데 대해서도 적잖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경사진 좁은 골목에 몰린 점이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참사가 발생한 장소는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 중심에 있는 해밀톤호텔 뒷 편 세계음식거리에서 이태원역 1번 출구가 있는 대로로 내려오는 좁은 골목길이다. 길이 40m, 폭 4m 내외의 좁은 내리막길로 성인 5∼6명이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다. 현장에 있었으나 참변을 피한 생존자들은 공통적으로 '오지도 가지도 못하는 상황에 부닥쳐있다가 갑자기 누군가 넘어지면서 대열이 무너지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워낙 사람이 많았던 탓에 당시 출동한 소방과 경찰도 구조에 애를 먹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출동한 소방대원과 경찰이 아래에 깔린 피해자를 빼내려고 했으나 사람과 사람이 뒤엉키면서 꽉 끼인 탓에 쉽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서와 사고현장은 100m 거리로 멀지 않았지만 워낙 인파가 많고 현장이 혼란스럽다 보니 구급대가 응급 환자에게 도착하는 데도 평소보다 오래 걸렸던 것으로 추정된다.
◇ 압력에 의한 장기손상 가능성도…외상에 의한 복강 내 출혈, 응급수술 필요
현장 목격자들의 증언대로 다수 사망자가 복부팽창 소견을 보인 원인을 파악하려면 구체적인 조사가 필요하다. 당시 현장 상황을 참고할 경우 외상에 의한 복강 내 출혈 때문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복강 내 출혈은 사고와 외상에 의한 내장 파열, 동맥류 파열, 자궁 외 임신으로 인한 난관 파열, 난소 출혈, 간암 등 악성 종양에 의한 파열, 소화관 천공 등에 의해 발생한다. 복강 내 출혈이 발생한 환자들은 체온이 떨어지면서 창백하고 얕은 호흡, 빈맥, 저혈압, 식은땀 등의 증상을 보인다. 의식이 있는 경우 복부 통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복강 내 출혈 여부를 진단하려면 복막 세척을 시행한 다음, 초음파 검사 또는 CT(컴퓨터 단층촬영) 등을 통해 손상의 심각성과 출혈 원인을 파악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날 참사와 같은 상황에서는 개복 수술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 복강 내 출혈이 심해 배 안에 피가 가득 고이면, 혈액량 부족으로 쇼크가 오거나 사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압사사고가 발생했을 때 압력으로 인한 다발성 장기손상으로 사망하는 사례도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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